
나는 이 얘기를 어디에도 길게 써본 적이 없어요.
쓰는 순간부터 다시 그 냄새가 올라오거든요. 축축한 콘크리트, 녹슨 철 냄새, 그리고… 오래 방치된 물비린내 같은 것.
때는 몇 년 전 겨울이었고, 그날은 이상하게도 “춥다”는 감각이 늦게 오는 밤이었어요.
친구 셋이랑 가볍게 술도 안 마신 상태로 “사진만 찍고 나오자”는 말에 넘어갔죠. 문제의 장소는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그 폐건물, 심야괴담회에 나올 법한 그 분위기 그대로였어요.
입구 근처부터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보통 폐건물은 바람이 먼저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거긴 바람이 아니라, 정적이 먼저 들어왔어요.
소리가 “없다”기보다, 소리가 들어오지 못하는 느낌. 마치 귀에 얇은 막을 씌운 것처럼요.
우리는 손전등을 켜고 1층을 훑었어요.
낙서가 많았고, 발자국도 많았고, 누군가 들어왔다 나간 흔적은 흔했어요.
그러니까 더 안전하다고 착각했죠. “여기도 별거 없네” 하면서.
문제는 2층에서 시작됐어요.
계단을 오를 때부터… 발소리가 이상했어요.
내 발소리와 친구 발소리가 섞이면 대충 ‘몇 명이 걷는지’ 느껴져야 하는데, 그날은 계속 한 사람이 더 있는 것처럼 들렸어요.
“너 지금 뒤에서 따라오지?” 하고 장난치면, 친구가 “나 앞인데?” 하고 대답하는 식으로요.
2층 복도는 생각보다 길었고, 방 번호판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문 앞에 딱 멈췄는데, 번호판이 반쯤 찢겨서 숫자가 흐릿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4… 0… 2
그때 친구가 말했어요.
“야, 여기 그 방 아니야? 유명한… 402.”
내가 웃으려고 했는데 웃음이 안 나왔어요.
문틈에서 바람이 새는 느낌이 아니라, 차가움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었거든요.
진짜로 “온도”가 문에 걸려 있는 것처럼. 문손잡이 주변만 유난히 젖어 있었고요.
문은 잠겨 있었어요.
정확히는, 잠겨 있지 않은데 열리지 않았어요.
손잡이를 내리면 ‘철컥’ 소리까지는 나요. 근데 문이 1cm도 안 움직여요.
누가 안에서 몸으로 막고 있는 것처럼.
친구 하나가 “사람 있나?” 하고 문에 대고 말했어요.
그 순간… 안에서 대답이 들렸습니다.
대답은 말이 아니었어요.

숨소리였어요.
그냥 “하—” 이런 숨이 아니라, 문 바로 반대편에서 누가 코로 웃는 것 같은… 짧고 끊긴 호흡.
셋 다 얼어붙어서 서로 얼굴을 봤어요.
“야, 누가 장난치냐?”
“나 아니야.”
“나도 아니야.”
그때 내 손전등 빛이 문 아래쪽을 비췄고, 나는 이상한 걸 봤어요.
문 아래 틈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갔거든요.
문 안쪽의 그림자요.
문틈이 좁으니까 사람 발이 지나가면 ‘발목’ 정도가 보여야 하잖아요?
근데 그건 발목 높이가 아니라…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그림자였어요. 마치 사람이 아니라 커튼 같은 게 스윽 지나가는 느낌.
그리고 진짜 결정타가 있었어요.
친구가 “야… 우리 그냥 가자” 하고 뒤돌았는데, 그 순간 복도 끝에서 탁—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요.
우리 셋이 동시에 그쪽을 비췄고, 거기엔… 방 번호판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요.
조금 전까지 벽에 붙어 있던 것도 아니고, 누가 들고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복도 끝에서 ‘새로 떨어진’ 것처럼.
번호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402
친구가 그걸 주우러 가려다가 멈췄어요.
왜냐면 번호판이 떨어진 바로 옆 벽에, 원래 붙어 있어야 할 번호판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엔 원래 번호판이 이미 있었거든요.
즉, 그 순간 2층에는 402가 두 개가 존재했어요.
하나는 문 앞에, 하나는 복도 끝에.
…그리고 그때, 내 손전등이 잠깐 깜빡였습니다.
정말 찰나로.
빛이 돌아왔을 때, 복도 끝 어딘가에 사람 실루엣이 서 있었어요.
키는 우리 중 누구보다 조금 작았고, 자세가 이상했어요.
똑바로 서 있는 게 아니라, 어깨가 살짝 말려 있고… 고개가 옆으로 꺾여 있었어요.
그 실루엣이 천천히 손을 들더니, 벽을 짚고…
아주 느리게 우리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린 뛰었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이 어디 있는지도 잠깐 잊은 채로 뛰었어요.
계단을 내려오면서 몇 번 넘어질 뻔했는데… 이상하게도 뒤에서 쫓아오는 발소리는 안 들렸습니다.
대신 들린 건…
내 등 뒤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숨소리였어요.
“하… 하… 하…”
그 숨소리가 내 귀 옆에서 들리는데, 눈앞에는 친구 등만 보였어요.
이해가 안 됐죠. 내가 맨 뒤였는데, 내 귀 옆에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와 밖으로 튀어나왔고, 그제야 숨을 쉬었어요.
그때 친구가 핸드폰을 꺼내서 “영상 찍혔나” 확인했는데…
영상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신 이상한 게 하나 있었어요.
영상 길이가 우리가 촬영한 시간보다 정확히 4분 2초 짧았어요.
중간이 통째로 잘린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기분 나쁜 디테일.
그날 집에 와서 옷을 벗는데, 내 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방 번호판 조각이 나왔어요.
금속이 아니라, 플라스틱이 찢어진 조각. 숫자 일부만 남아 있었고…
그 조각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02
4는 없었어요. 4만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어요.
그 뒤로 나는 이상하게도 ‘4’가 들어간 시간만 되면 자주 깨요.
새벽 4시 2분.
눈이 떠지는 것도 그렇고… 가끔은 누가 내 문 앞에서 숨 쉬는 것 같은 꿈을 꾸다가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는 지금도, 솔직히 문 쪽은 보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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